Q : 상의의 패턴에서 앞판과 뒤판의 옆목너비는 왜 다를까?

관리자
2024-09-27

패턴이라는 것은 애초에 드레이핑의 산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패턴 메이킹’에서 궁금해할 만한 모든 것은 ‘사람의 몸’ 에 있고,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 한다면, 어깨의 형태를 먼저 살펴 봐야 하겠습니다.

상의의 패턴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어깨, 특히 날개뼈의 돌출을 해결하는 것인데요. 상의는 (몸에 딱 맞는 실루엣이 아닌 이상) 어깨에 대부분의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고, 옷의 떨어짐은 중력이 만들기 때문에, 돌출이 있다면 원단에 주름이 잡히게 됩니다.

그 주름을 자연스럽게 없애는 것, 혹은 그 전에 최대한 주름이 나지 않게 하는 것(예를 들어 날개뼈가 큰 체형이라면 돌출을 완화시키기 위해 두꺼운 어깨 패드를 넣어줌)이 상의를 잘 만드는 방법인데요.

이 주름은 돌출의 양이나 형태 뿐만 아니라, 소재의 물성에 따라서도 매우 다르기 때문에, 사이즈에 맞춰서 실루엣을 따 내는 종이 제도로는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핏 되는 드레스나, 평면 제도로 구상이 되지 않는 디자인을 ‘드레이핑’으로 하는 것이 일반론인 듯하지만, 몸의 굴곡으로 인해 주름이 생기는 모든 옷은, ‘드레이핑’으로 해야만 완벽한 ‘패턴메이킹’이 가능한 것이지요.

여하튼 그 돌출되어 있는 날개뼈의 추가 분량을 다트나 이세로 채워주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뒤판의 어깨선은 견갑골에서 바깥쪽으로 돌며 앞 중심 쪽으로 구부러지는 형태를 띕니다. 반면에 앞판은 아무런 방해 없이 편하게 어깨에 ‘스르륵’ 누워 버립니다. 

기하학으로 접근한다 여기서 이미 답은 나옵니다. 앞판은 그 형태상 2D패턴을 몸에 옮겨도 그 ‘x,y’좌표가 유지되는 반면에, 뒤판은 ‘굽어 있는 어깨’ 때문에, 입체를 만드는 z축이 추가되면서, 좌표가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좌표를 이루는 직선이 앞판의 앞목에서는 그대로 직선으로 보이는(사진2) 반면에, 뒤판에서는 같은 직각의 두 직선(사진3)이, 후면에서 보면 곡선으로 보이는(사진4) 것을 보면, 그 차이를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어요.

A : 이처럼 앞,뒤의 옆목 너비가 다른 이유는 2D를 3D로 옮기면서, 뒤판에만 눈에 보일 만큼의 z축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하학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궁금해지네요. 토르소(torso)를 살펴보다가 재미있는 각도를 찾아 냈습니다. 어깨가 앞으로 굽어 z축이 추가됨에 따라, 뒤판의 좌표 전체가 틀어져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사진5). 이로써 날개뼈와 어깨의 각도 변화가 클수록 너비차도 커지고, 반대로 평면적인 어깨일수록 그 차이가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겠네요. (이는 단순히 어깨의 굽은 양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 뒤 어깨의 입체감의 ‘차이’에 따라 각 좌표 값들이 연동됩니다.)

이 글을 쓰면서, 관련 자료들을 좀 찾아 보았는데요. 대부분 패턴메이킹에서 가장 좋은 변명거리인 ‘체형 때문이다.’ 라는 원론적인 말만 할 뿐, 어떤 이유로 정확히 어떻게 다른 지 확실히 설명하는 글을 보지는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체형에 따른 것인지도 의문이 드네요. 그들의 가설에 따르자면, ‘동양인의 패턴에서는 어깨가 굽은 체형상 앞,뒤 옆목점 너비가 0.5cm정도 차이 난다’ 하고, 반면 서양인은 어깨가 곧아서 ‘거의 동일선상에 놔도 된다’ 라고 하는데, 그게 진짜 21세기 동,서양인의 체형 차이가 맞을까요?


아니 애초에, 얼마나 많은 동,서양인의 체형을 일일이 확인하며 비교해 봤을까요?

‘서양인의 체형은 어떻다’,

‘동양인의 체형은 어떻다’,

‘최근에는 체형이 많이 바뀌어서, 아시아인도 서양인 못지 않다’

이런 초등학생도 아는 ‘통론’ 말고,

특정 표본을 단 백명이라도 모아 놓고 제대로 하나하나 뜯어 보면서 체형을 연구한 ‘패턴메이킹 실무자’가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조업체인 STOCKMAN,WOLF,KIIYA 등도 꽤 오랫동안 개정이 없이 같은 토르소를 판매하고 있는 마당에) 저는 절대 없다고 확신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전제가 틀려 먹은 가설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척 시간낭비 하는 것’을, ‘패턴 메이킹을 공부한다’ 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패턴 메이킹에 있어서는 ‘모든 것에 의문을 갖고, 의심하는 것'이 더 좋은 공부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