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는 왜 인심(inseam)과 아웃심(outseam) 두 개의 절개선만으로 만들까요?

관리자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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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이 없이 잘 떨어지는 바지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완벽한 재킷을 만드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입니다. 

재킷은 여러 개의 다트와 절개로 주름을 없앨 수 있는 반면에, 바지는 앞, 뒤 두 개의 파트로만 이루어져 있고, 안쪽과 바깥쪽의 절개만으로, ‘큰 굴곡의 엉덩이가 만들어내는 주름’을 잡아내야 하거든요. 

그것이 바지의 패턴메이킹을 쉽게 만드는 동시에,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기네요. 

Q : 바지는 왜 인심(inseam)과 아웃심(outseam) 두 개의 절개선만으로 만들까요? 

앞선 피드에서 설명했듯이, 바지는 사실 수많은 다트를 조작해서 만들어 낸 ‘머니퓰레이션(MP)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MP로 인한 약간의 손해(주름)를 보는 것보다 절개를 넣는 것이 퀄리티적으로 '훨씬 예쁜 실루엣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패턴을 보면서 확인해 볼까요?. 

바지의 원하는 핏을 잡아서, 패턴에 직관적으로 다트를 넣어 줍니다. <사진 2> 

다트량과 형태에 따라 힙위ⓐ, 힙아래ⓑ, 다리ⓒ 세 파트로 나눈 후, 각각의 다트를 잡아 MP 해주면, <사진 3>과 같이 되고, 각 파트별로 겹치거나 뜨는 분량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와 ⓒ사이에, 과도하게 뜨는 분량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인심 쪽을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대각선 방향으로 늘어나는 직물의 특성’이 ‘겹쳐서 부족해지는 분량’을 커버해 주기 때문이지요. <사진 4> 

저렇게나 큰 오차량을 보고, <사진 2>의 패턴을 다시 보니, ‘가장 큰 두 다트의 분량을 굳이, 양 옆으로 보내어 MP 하는 것’이 너무나도 비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가운데 파트를 따로 떼어 내어 봅시다. 

세 파트를 각각 MP 해 보면, 2파트의 바지 패턴에 비해서 오차량이 줄어든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네요. <사진 5> 

사실 생각해 보면,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바지를 두 개의 파트만으로 만들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만드는 기성복 바지는 거의 없는데… 왜일까요?

애초에 완벽한 실루엣의 바지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바지라는 것은 (어깨가 지탱해 주는 상의와는 달리) 허리에 둘러서 매달려 있기 때문에, 체형을 굉장히 많이 타는 아이템입니다. 게다가 엉덩이는 인체 중에서 사람마다 차이가 가장 큰 부위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생기는 주름의 형태와 양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고, 이는 파트의 개수가 늘어난다 해도 정도의 차이일 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모두 해결하는 방법으로, 패턴 메이킹보다는 신소재를 오히려 기대해 볼 만 하지만, 현재의 과학기술력으로는 아직인 듯합니다. 


맞춤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나쁘지 않게 만들 수 있겠지만, 엉덩이와 다리의 운동까지 생각한다면...? 

그렇다 보니 언젠가부터 ‘불가능하다’라는 명분 하에 미리 포기를 한 것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해 봅니다. 

(‘엄청난 장인 정신을 표방하는 자칭 최고의 기술자’ 대부분이 잘 만들어진 재킷을 타이틀로 내세우지, 주름 없이 잘 떨어지는 바지 실루엣을 자랑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물론 패션 산업에 있다면, (그리고 제품의 품질보다는 마케팅을 더 중시하는 최근 시장에서는) 누구나 예산과 제작비를 걱정하고 소위 ‘가성비’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요. 

절개선과 패턴 파트의 개수는 공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금전적 손해보다는, 품질적 손해(주름)가 낫다’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효율적 선택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판매자’의 입장이고, ‘제작기술자’의 입장에서 바지의 수많은 주름은 너무나도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주름을 실제로도 최대한 없애 주면서, 시선도 분산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아이롱 스킬’입니다. (한국의 현장에서는 네지끼(寢敷き)라는 일본어에서 파생된 ‘레지끼’로 표현되는 듯 하지만, 막상 일본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에요.) 이 아이롱 스킬은 단순히 바지의 앞, 뒤 중심에 세로의 주름을 잡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가로로 생기는 주름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그 효과 또한 매우 좋기 때문에, 효율을 원하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